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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들

나의 짝사랑

by damigood 2024. 9. 8.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경험했던 짝사랑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참 아련하네요.

그 해 봄, 새 학기가 시작될 때였어요. 저는 졸업반이 되어 대학입시 준비에 한창이었죠. 그런데 그날,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제 인생이 바뀌는 걸 느꼈어요. 옆 반에서 전학 온 친구, 서윤이를 처음 본 거예요.

서윤이는 키가 크고 날씬했는데, 긴 생머리에 맑은 눈빛을 가진 친구였어요. 첫 눈에 반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 순간부터 제 마음속에 자리 잡은 거예요. 하지만 저는 너무 소심해서 말 한마디 건네기가 어려웠죠.

매일 아침, 서윤이를 보기 위해 일찍 등교했어요.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렸죠. 하지만 눈이 마주치면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기 일쑤였어요. 친구들은 제가 서윤이를 좋아한다는 걸 눈치채고 자꾸 말을 걸어보라고 부추겼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다음에... 다음에..."하며 미뤘죠.

점심시간이면 서윤이가 급식을 먹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곤 했어요. 어떤 반찬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남기는지... 그런 사소한 것들까지 다 눈에 들어왔죠. 한번은 용기를 내서 서윤이 앞에 앉아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국그릇을 엎어버렸어요. 얼마나 창피했던지... 그 뒤로 한동안 급식실에 가지도 못했답니다.

체육시간이 되면 서윤이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제일 행복했어요. 농구를 특히 잘했는데, 공을 드리블하며 달리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죠. 한번은 제가 실수로 공을 엉뚱한 방향으로 던졌는데, 그 공이 서윤이 쪽으로 날아갔어요. 아찔한 순간이었죠. 다행히 서윤이가 재빨리 피했지만, 그 뒤로 한동안 체육시간에 공 근처에도 가지 않았어요.

수업 시간에도 집중이 안 됐어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으면 옆 반 교실이 보였거든요. 서윤이의 옆모습을 보며 한숨만 쉬었죠. 선생님께 몇 번이나 칠판 앞으로 불려 나가기도 했어요. 그때마다 "집중해야 되는데..."하고 다짐했지만, 눈은 자꾸만 창밖으로 향했죠.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왔어요. 수학여행을 가게 됐는데, 우리 반과 서윤이네 반이 같은 버스를 타게 됐어요. 저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았죠. 혹시나 옆자리에 앉게 될까 봐 설레기도 하고, 또 그러면 어쩌나 걱정도 됐어요. 결국 서윤이와는 멀리 떨어져 앉게 됐지만, 가끔 뒤를 돌아보며 서윤이를 볼 수 있었죠. 그때 서윤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살짝 미소 지어주더라고요. 그 순간 제 마음속에 불꽃이 팡 하고 터진 것 같았어요.

수학여행지에서도 서윤이를 몰래 따라다녔어요. 기념품 가게에서 서윤이가 고르는 물건을 유심히 봤죠. 나중에 그 가게에 가서 서윤이가 만졌던 물건을 사서 보관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럽지만, 그때는 그게 제 전부였어요.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됐어요. 대학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왔죠. 하지만 저는 여전히 서윤이에게 마음을 뺏겨 있었어요. 친구들은 제가 공부에 집중 못 한다고 걱정했지만, 저는 오히려 서윤이 덕분에 더 열심히 했어요. 좋은 대학에 가서 멋진 사람이 되면 서윤이에게 고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가을이 되자 학교는 입시 열기로 가득했어요.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보면 가끔 서윤이와 마주치곤 했죠. 그럴 때마다 얼굴이 빨개져서 책으로 얼굴을 가리곤 했어요. 한번은 용기를 내서 인사를 했는데,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서윤이가 듣지 못했나 봐요. 그냥 지나가 버리더라고요. 그날 밤 베개를 껴안고 한참을 울었죠.

졸업식이 다가오면서 저는 조급해졌어요. 이제 고백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를 놓칠 것 같았거든요. 졸업앨범 사진 찍는 날, 드디어 용기를 내서 서윤이에게 다가갔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저기... 서윤아..."라고 불렀는데, 그 순간 선생님이 서윤이를 부르셨어요. 서윤이는 "미안, 나중에 얘기해."라고 하고 가 버렸죠. 그게 서윤이와 나눈 첫 대화이자 마지막 대화였어요.

졸업식 날, 저는 마지막으로 고백을 결심했어요. 편지까지 썼는데... 결국 용기가 나지 않아 건네지 못했죠. 서윤이가 친구들과 웃으며 사진 찍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저는 그동안의 짝사랑을 조용히 접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왜 그렇게 소심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시절의 설렘과 아픔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서윤이에 대한 마음은 이제 좋은 추억이 됐죠.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요. 첫사랑의 아련함, 그 순수했던 감정들... 그 모든 것이 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어요.

요즘도 가끔 꿈에서 서윤이를 만나요. 꿈속에서는 용감하게 고백도 하고 데이트도 하죠. 하지만 깨고 나면 그저 미소 짓게 돼요. 그때 고백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그 경험이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 아픈 것보다는 따뜻한 감정이 더 커요. 첫사랑의 설렘, 순수한 감정, 그리고 아쉬움... 이 모든 것들이 제 인생의 소중한 한 페이지가 됐어요. 서윤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가끔 궁금하기도 해요. 어디선가 행복하게 지내고 있길 바라며, 저도 그때의 추억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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