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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들

이별

by damigood 2024. 9. 12.

이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왔다. 내가 느낀 그 순간도 그랬다. 따뜻한 봄날이었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차가운 바람이 내 볼을 스치며 지나갔다. 민주는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의 대화는 더 이상 어떤 위로도, 이해도 없었다. 그저 머릿속을 맴돌던 수많은 단어들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흩어졌을 뿐이었다.

우리는 오래 사귀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은 아직도 기억난다. 그날 비가 내렸고, 우산을 같이 썼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함께 웃고, 함께 울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에 민주는 늘 옆에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언가가 달라졌지만, 그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날 민주가 나에게 "우리 그만하자"라고 말했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졌다. 마치 시간 자체가 멈춘 듯, 모든 것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말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았다. 이별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무겁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나는 차마 그 말을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민주가 눈물을 삼키며 내뱉은 마지막 말은 변하지 않을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는 더 이상 우리 둘이 함께할 미래를 그릴 수가 없어.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들이 소중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우리의 사랑이 끝났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함께했던 수많은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길을 걸으며 나눴던 작은 대화들, 함께 보았던 영화들, 그리고 서로의 손을 잡고 꿈꾸던 미래들까지. 그 모든 순간들이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이별은 한순간에 찾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 마음 속에서 서서히 쌓여가는 감정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느끼던 작은 불만들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았던 불안들이, 이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커져버렸다. 나는 알고 있었다. 민주도 나도 더 이상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그녀가 돌아서서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무력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마디라도 붙잡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우리의 이별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로가 외면했던 진실이 이제야 눈앞에 펼쳐졌을 뿐이었다.

그 후로 시간이 지나도, 나는 민주의 빈자리를 쉽게 잊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변했지만, 여전히 일상 속에서 그녀와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카페에서 마주했던 순간, 함께 듣던 노래들, 그녀가 좋아하던 꽃들이 피어날 때마다 나는 그날의 이별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이별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이별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민주의 부재가 주는 허전함 속에서도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우리의 사랑은 끝났지만, 그 시간들은 여전히 나의 일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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