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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2

by damigood 2024. 9. 26.

그의 손이 처음 내 손을 스친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평범한 친구의 손길처럼 느껴졌지만, 그 순간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대화하던 카페의 소음 속에서도, 그의 손끝에서 느껴지던 따뜻함이 모든 것을 조용히 잠재우는 듯했다. 그 순간 나는 그가 내게 단순한 친구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나는 왜 그에게 끌리는 것일까?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이러한 감정을 누르고, 외면하고 싶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웃음소리, 그의 말투,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와 함께할 때의 평화로움은 나를 계속해서 그의 곁으로 이끌었다. 마치 그의 존재만으로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그저 친구들 사이의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내겐 매 순간이 특별했다.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 저녁을 먹고 나서 공원을 걷는 시간, 그리고 그가 조용히 내 눈을 바라보던 순간들이 그랬다. 그 눈빛 속에는 말로 다하지 못한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묘한 동질감이 흐르는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두려움과 싸워야 했다.

사회의 시선은 늘 우리에게 차갑고 날카로웠다. 남자와 남자가 사랑하는 것, 게이라는 정체성은 여전히 많은 곳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그러한 시선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숨겨야 했다. 가끔은 우리 둘만의 작은 세계에서 벗어나 세상과 맞닥뜨릴 때, 그 현실이 너무도 무겁게 다가왔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시간을 조용히, 그저 함께 있을 수 있는 장소에서 보내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곁에서 내가 진짜 나일 수 있었다. 그는 나의 약점까지도 따뜻하게 받아주었고, 내가 감추고 싶었던 부분들마저도 그의 사랑 앞에서는 부끄럽지 않았다. 서로에게 기대어 하루를 마무리할 때면, 세상에 아무리 많은 벽이 있다 해도 우리는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느 날, 우리는 서로에게 그 말을 꺼냈다. “사랑해.” 처음엔 서툴고 어색하게 들렸지만, 그 말이 마음에서 우러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 말 속에는 서로가 감내해야 했던 무게와, 세상과 마주한 두려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고 싶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사랑이란, 누구를 사랑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이 얼마나 진실한가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세상 앞에 서기로 결심했다. 물론 여전히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으며 생각했다. 사랑이란 결국 모든 것을 극복하게 하는 힘이라고.

그와 함께하는 삶은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을 열어주었다. 더는 남들 앞에서 우리의 사랑을 숨기지 않고,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주는 행복을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세상은 여전히 완벽하게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나는 그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을 믿는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