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친척 누나와는 항상 가까운 사이였다. 여름이면 방학을 맞아 시골 할머니 댁에 모이곤 했고, 그때마다 누나는 언제나 내 옆에서 웃으며 나를 챙겨주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곁에 있는 게 당연하다고 느꼈다. 누나도 내게 특별한 의미보다는 동생으로서의 모습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그 무언가가 천천히 변해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누나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였고,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웃음소리가 내 하루를 채워주는 힘이 되었다. 누나와 함께 있으면 모든 게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감정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도 없었다. 그저 누나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마음은 점차 무겁게 변해갔다. 사춘기였던 나는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걸 서서히 깨달았다. 더 이상은 단순한 친밀감이 아니었다. 누나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변했고,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은 점점 많아졌지만, 나는 입을 열 수 없었다. 그저 곁에서 머뭇거리며, 사랑이라는 단어조차 감히 꺼내지 못한 채 마음속에 묻어두었다.
어느 해 여름, 다시 모인 할머니 댁에서 누나는 어느덧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날따라 누나는 유난히 더 빛나 보였다. 내 마음속 불안과 떨림은 더 커졌고, 나는 누나의 곁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를 더 숨기고 싶었다. 누나는 여전히 나에게 친근하게 웃었지만, 나는 그 웃음이 이제는 나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날 밤, 누나는 나에게 자신의 남자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아마 곧 결혼할 것 같아"라는 말이 떨어지는 순간, 내 안의 모든 감정은 무너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누나의 행복한 표정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조용히 눈물을 삼켰다. 누나가 행복하다면, 그게 내가 바래야 할 유일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달랬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누나는 결혼했고,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때 느꼈던 감정들은 결국 내 안에만 머물렀고, 세월이 흐르며 조금씩 희미해졌지만, 가끔씩 누나의 웃음소리가 떠오르면 여전히 그때의 그리움과 슬픔이 스쳐간다.
그렇게 나는 내 첫사랑을 가슴 깊이 묻어두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 아무도 몰랐던 슬픔. 이제는 그저 추억으로 남은 누나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가끔씩 혼자만의 미소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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