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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들

레이니블루.슬픈 나의 사랑 안녕

by damigood 2024. 10. 1.

감방에 다녀온 지 벌써 몇 달이 지났다. 그곳의 냄새, 무거운 철문이 닫히는 소리,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시간을 죽이며 지냈던 나날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 내가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은 분명해도, 내가 진짜 이 세상의 일부인지는 잘 모르겠다. 모든 것이 낯설고, 무엇보다 그동안 나를 떠나지 않았던 그녀가 이제는 진짜로 나를 떠난 것 같다.

그녀와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다. 평범한 날들이 쌓여갔고, 서로의 미소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더없이 소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의 꿈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그녀는 대학에 가고 싶어 했고, 그곳에서 더 넓은 세상을 배우고 싶어 했다. 그러나 문제는 늘 돈이었다. 그녀의 집안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고, 그녀가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큰 돈이 필요했다. 나는 그녀의 눈 속에 담긴 열망을 볼 때마다 그 꿈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어리석은 것이었다. 남의 것을 훔치는 것. 나는 그 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길을 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너무 어리석었고, 너무 서두르며, 너무나도 절박했다. 그렇게 나쁜 선택을 하고 말았다. 나는 몇 번이나 망설였지만, 결국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그 선택은 곧 나를 감옥으로 이끌었고, 나는 그녀의 대학 진학을 도울 수 있는 마지막 희망조차 잃어버리게 되었다.

감옥에서 지내는 동안, 그녀가 종종 내 머릿속을 떠올랐다. 혼자서 대학 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그곳에서 외롭지는 않을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행복할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걱정된 건, 나 없이 그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 할 때마다 손이 떨리고 마음이 복잡했다. 나는 이곳에 갇혀 그녀와 더 멀어지고 있다는 불안감에 하루하루 지쳐갔다.

그리고 어느 날,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대학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내가 그녀를 위해 했던 모든 노력, 그리고 우리가 함께 나눴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부질없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저 허탈하게 시간을 보냈고, 감방 안에서의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나를 떠나 그녀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힘들었다. 그녀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행복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견딜 수 없는 아픔이었다. 나는 감옥에 갇혀 그녀를 생각하며 모든 것을 견뎠는데, 그녀는 나 없이도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이다.

출소 후, 나는 그녀를 만나려고 했다. 그녀가 나를 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녀가 나를 기다려 줄 것이라는 희망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피했다. 만나지 않으려고 했고, 나를 보지 않으려 했다. 내가 다가가면 뒤돌아서는 그녀의 모습은 나에게 더 이상 나를 위한 자리는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나는 감옥에 있을 때보다 더 깊은 외로움에 빠져들었다. 내가 한 잘못된 선택의 대가는 단지 자유를 잃은 것만이 아니었다. 그녀 역시 내 삶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이다. 내가 감옥에서 그녀를 떠올리며 버텼던 시간은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다.

나는 그녀가 왜 그랬는지 이해하려고 애썼다. 감옥에 있는 동안 그녀는 자신의 삶을 이어가야 했고, 그녀에게도 누군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녀가 새롭게 만난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제공해 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해는 내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덜어주지는 못했다.

한편으로는 그녀가 내 삶을 떠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나는 도둑질이라는 어리석은 선택을 했고, 그녀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그녀를 잃은 것에 대한 슬픔과 후회가 가득했다. 내가 조금만 더 현명하게 행동했다면, 우리는 함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지금은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든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나는 과거의 잘못된 선택과 그 대가로 인한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으면서도,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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