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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5 데리바리 사토미

by damigood 2024. 10. 1.

일본 유학 시절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낯선 나라에서 공부하는 동안 외로움과 고독은 나의 동반자가 되었고,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들과 나눈 순간들은 나를 성장시켰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경험은 유학 시절 만난 한 여인과의 사랑 이야기였다. 그 여인은 단순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콜걸이었다. 하지만 그녀와의 만남은 내 삶에 잊을 수 없는 흔적을 남겼고,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는 도쿄에 있는 한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일본어를 배우고, 그곳 문화에 빠져들며 시간을 보내던 중,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도쿄의 밤거리를 걷게 되었다. 일본은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도시였다. 낮에는 질서 정연하고 차분한 도시였지만, 밤이 되면 네온사인 아래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번화한 거리에서 술집과 클럽이 사람들로 가득 차고, 어디에나 자유로운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그날도 평범한 저녁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나서 우연히 한 바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혼자 앉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조용히 술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슬픈 표정이었지만, 동시에 강한 자존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여기 자주 오세요?”라는 어색한 첫 마디로 대화를 시작했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그냥 가끔 와요."

그녀의 이름은 사토미였다. 우리가 처음 대화를 나누던 그 순간부터, 나는 그녀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사토미는 단순히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그 속에 깊은 슬픔과 따뜻함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그녀와의 대화는 묘하게 편안하면서도 긴장감을 주었고, 나는 점점 더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며칠 후, 나는 용기를 내어 사토미에게 연락했고, 우리는 다시 만났다. 그날 저녁, 우리는 도쿄의 한적한 거리를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토미는 일본에 대한 나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해주었고, 그녀 역시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콜걸이었다. 그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놀랐지만, 그녀가 그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사토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고, 그것이 그녀에게는 단순한 생계 수단일 뿐이라고 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녀가 콜걸이라는 사실이 우리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했다. 그녀는 나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기를 바랐고, 나도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그 사실을 존중하려고 했다. 우리는 그 이후로 자주 만났고, 점점 더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함께한 시간은 너무나 행복했다. 그녀와 나는 도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 유명한 관광지도 가보고, 작은 골목길에서 라멘을 먹으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우리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매일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어가야 했고, 나는 그것을 견디기 어려웠다. 사토미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그 일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고, 그녀의 자존감과도 연결된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복잡한 감정들이 계속해서 쌓여갔다. 사토미는 그 일을 통해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했지만, 나는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결국 우리는 이 문제로 여러 번 다투게 되었다. 사토미는 내가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지 못하는 것에 실망했고, 나는 그녀가 나와 함께하는 시간 외에 다른 사람들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질투를 느꼈다. 우리의 사랑은 점점 더 복잡해졌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많아졌다. 사토미는 나에게 그녀의 직업을 존중해달라고 계속해서 말했지만, 나는 그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도쿄의 한적한 카페에서 마지막 대화를 나눴다. 그날은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사토미는 조용히 말했다. "나는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어. 이게 나의 삶이고, 나는 이 일을 통해 나 자신을 찾았어." 그녀의 말은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깊은 슬픔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지만, 동시에 그녀의 삶을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그녀는 자유롭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고, 나는 그런 그녀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날 우리는 서로의 길을 가기로 했다. 사토미는 내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너는 좋은 사람이야. 하지만 우리는 다른 길을 가고 있어. 나는 나의 길을 가야 하고, 너도 네 길을 가야 해." 그녀의 말은 너무나도 이성적이었지만, 그 말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우리는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며 이별했다. 사토미는 내가 만난 누구보다도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이었지만, 그 강함 속에 감춰진 그녀의 외로움과 슬픔을 나는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후로 몇 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을 떠올린다. 사토미와의 사랑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것은 단순한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서 왔지만, 그 순간만큼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토미와의 사랑은 짧고 아팠지만, 동시에 나를 성장하게 만든 소중한 경험이었다.

지금도 가끔씩 도쿄의 그 밤거리를 떠올리면, 사토미가 혼자 앉아 있던 그 바가 생각난다. 그녀와 함께한 시간들은 비록 지나간 것이지만, 내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