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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들

사랑#6 내가...

by damigood 2024. 10. 2.

우연한 경험은 때로 우리의 인생을 크게 바꿔놓는다. 어느 날 밤, 나는 아무런 의도 없이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러 나갔다. 그날은 특별한 날도 아니었고, 그저 지루한 일상을 깨기 위한 작은 모임이었다. 우리는 몇 군데 바를 돌며 마셨고, 술기운이 적당히 올라와 마지막으로 한 군데 더 가기로 했다. 그곳은 친구 중 한 명이 추천한 장소였다. 솔직히 그때는 그 장소가 게이바라는 것도 몰랐다. 그저 평범한 바처럼 보였고, 술만 마시면 되는 곳이라 생각했다.

바에 들어가자마자 느껴진 분위기는 기존의 바와는 조금 달랐다. 사람들은 유난히 밝고 자유로웠고, 서로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었다. 무언가 특별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나는 그저 술을 마시며 즐겁게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주변에서 사람들이 서로 춤을 추고 있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몇몇은 두 남자가 서로 손을 맞잡고 춤을 추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이곳이 게이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조금 놀랐다. 게이바는 한 번도 가본 적 없었고, 특별히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은 그저 행복해 보였다. 그들의 웃음과 서로를 대하는 태도에서 무언가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나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의 솔직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곳의 사람들은 자신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술을 마시며 나는 문득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나도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항상 남들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그 틀에 맞춰 살아가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사회가 정해준 틀 안에서만 움직였고,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항상 ‘정상적인’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그 길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날 밤 그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다른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 나는 혼자서 바의 한쪽에 앉아 주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다가와 내게 말을 걸었다. 그는 친절했고, 나에게 그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고,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열리고 있었다. 그와의 대화는 나에게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저 친구처럼 느껴졌던 그 남자는 점점 더 특별하게 다가왔고, 내 마음 한편에서 뭔가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내가 게이일 줄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이전까지는 그저 이성에게 끌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 이후,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내가 느낀 감정은 분명 낯설었지만, 동시에 진실되게 다가왔다. 그것은 억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이었다.

며칠이 지나면서 나는 그날 밤의 경험을 계속 떠올렸다. 그 남자와의 대화, 그곳에서 느낀 자유로움,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깨달은 나의 감정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점차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항상 내 안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사회가 정해놓은 틀 안에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면서, 진짜 나 자신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날 이후, 나는 천천히 나 자신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나의 성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쳤다. 나는 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그것이 나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연히 들어갔던 그 게이바는 단순히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장소였다. 그날의 만남과 그곳에서의 경험은 내 인생을 바꾸었고, 나는 이제 나 자신을 숨기지 않고, 진정한 나로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세상은 여전히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는 그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내 안에 있는 답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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