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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들

사랑#4 14년 사랑의 결실

by damigood 2024. 10. 1.

유치원 시절부터 내 옆에 있던 그녀와 나는 어릴 때부터 남다른 우정을 쌓아왔다. 유치원 운동장에서 첫눈에 알아본 듯한 감정을 느낀 그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때는 단순한 친구로 시작했지만, 우리 둘 사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끈끈한 유대가 있었다.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니며 우리 관계는 계속해서 성장해갔다. 그리고 우리가 20살이 되었을 때, 나는 그녀와 결혼을 했다.

어릴 적에는 '결혼'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 그저 서로가 가장 친한 친구로서 함께 노는 것이 좋았고, 언제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했다. 유치원 시절, 그녀는 항상 나보다 먼저 내 손을 잡고 놀이터로 달려가곤 했다. 놀이기구를 타고, 모래성을 쌓고, 때로는 어린 마음에 서로 싸우기도 했지만 금세 화해하고 다시 웃었다. 그 시절 우리는 그냥 같이 있는 게 행복하다는 단순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우리의 우정은 더욱 깊어졌다. 같은 반이 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되면 언제나 학교 운동장에서 만나곤 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했지만, 그녀와 나는 언제나 서로를 가장 먼저 찾았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진행한 운동회에서 나는 1등을 하고 싶었지만, 사실 운동에는 소질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내 곁에서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줬을 때, 나는 정말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응원 덕분인지, 그날 나는 1등은 아니었지만 꽤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때 느꼈던 뿌듯함과 그녀의 미소는 내 어린 마음 속에 깊이 새겨졌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에 입학하자 우리는 사춘기를 맞이했다. 그 시절에는 감정의 변화도 많았고, 서로의 존재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단순한 어린 친구로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예전보다 더 특별하게 느껴졌고, 내가 그녀의 시선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좋은 친구로서 모든 시간을 함께 보냈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사춘기의 복잡한 감정을 함께 헤쳐나갔다. 그 시절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우리, 진짜 평생 친구 하자"였다. 그때는 친구라는 관계가 평생 지속될 것처럼 느껴졌고, 그것이 우리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약속이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서로 다른 진로를 꿈꾸기 시작했다. 나는 과학에 흥미를 느꼈고, 그녀는 예술 쪽에 관심을 가졌다. 전공 과목이 달라지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학교에서도 조금씩 다른 활동을 하게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등교길에 마주치거나 쉬는 시간에 우연히 만나면 여전히 반가운 마음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 둘만 아는 장소에서 가끔은 학교가 끝난 후 함께 산책을 하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는 대학교에 가서도 우리는 여전히 친구로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나는 공대에 진학했고, 그녀는 예술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교 생활이 시작되면서 바쁜 일정 속에서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가끔 만나면 여전히 어릴 적 그때처럼 편안하게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 점심을 함께 먹게 되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만남이었지만, 그날은 뭔가 달랐다. 함께 걸으면서 나는 그녀에게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았다. "우리, 평생 친구로 지낼 줄 알았는데... 사실 난 너를 좋아해." 그녀는 잠시 멈춰 서더니,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도 네가 나한테 특별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

그 순간 우리는 친구 이상의 감정을 서로 확인하게 되었다. 처음엔 어색할 것 같았지만, 오히려 우리는 그때까지의 우정이 자연스럽게 사랑으로 이어졌음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그 이후로 우리는 연인으로서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연인이 되자마자 많은 것들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긴 시간 동안 쌓아온 신뢰와 우정 덕분인지, 우리 관계는 더욱 단단해졌다.

우리는 20살이 되자마자 결혼을 결심했다. 누군가는 너무 이른 나이에 결혼한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그동안 쌓아온 시간과 감정을 믿고 있었다.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그 무엇보다도 우리의 결혼은 그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결혼식은 작은 규모로,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만 초대해 소박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날이었다. 유치원 시절부터 내 곁에 있어준 그녀가, 이제는 내 아내로서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였다.

결혼 후 우리의 삶은 큰 변화 없이 평범하게 흘러갔다. 물론 결혼 생활에도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그동안 쌓아온 우정과 신뢰로 서로를 지지하며 이겨낼 수 있었다. 때로는 어릴 적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웃기도 하고,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며 감사함을 느끼기도 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편안하고 소중한 존재로 남아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첫사랑이었고, 첫 친구였으며, 이제는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가 되었다. 유치원 시절부터 시작된 우리의 이야기는 결혼으로 이어졌고, 앞으로도 함께할 시간이 더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에 나는 항상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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